실무노트

친구한테 500만원 빌려줬는데 차용증을 안 썼습니다

사례 · 글 형보

실제로 자주 오는 상황을 재구성한 사례입니다. 특정 개인의 사연이 아니며, 등장하는 이름·금액·상호는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입니다.

#차용증#빌려준돈#카톡증거#소멸시효#지급명령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입니다. 10년 넘었어요.

작년 3월에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가게 보증금이 급한데 500만원만 두 달만 빌려달라고요. 평소에 돈 얘기 꺼내는 애가 아니라서 진짜 급한가 보다 했습니다. 그날 바로 계좌로 보냈습니다.

카톡으로 "두 달 안에 꼭 갚을게 고맙다"라고 왔고 저는 "ㅇㅇ 알겠어 천천히 해"라고 답했습니다. 차용증 쓰자는 말은 못 꺼냈어요. 친구한테 그런 거 들이밀기가 좀 그렇잖아요. 어차피 두 달인데 싶기도 했고.

두 달이 지났는데 아무 말이 없길래 제가 먼저 물어봤습니다. 가게가 생각보다 안 된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갔습니다. 서너 번 더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미안, 다음 달에는 꼭"이었어요. 지난달부터는 읽고 답이 없습니다. 어제는 아예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사기당한 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제 슬슬 불안합니다. 차용증도 없고 가진 건 이체 내역이랑 카톡뿐인데 이걸로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차용증이 없어도요.

차용증은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 중 하나일 뿐이지, 그게 없다고 채권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증명해야 할 건 두 가지입니다. 돈이 건너갔다는 것, 그리고 그게 준 게 아니라 빌려준 것이라는 것.

이 경우엔 둘 다 있습니다. 이체 내역이 있고, "두 달 안에 꼭 갚을게"라는 카톡이 있어요. 갚겠다는 말 자체가 빌린 돈이라는 자백입니다. 나중에 상대가 "그거 그냥 준 거 아니었냐"고 나와도 저 문장 앞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급한 건 다른 쪽입니다. 지금 가진 증거가 전부 상대방 손에 달려 있다는 것.

오늘 당장 할 일

카톡부터 백업하세요.

대화 내보내기로 텍스트 파일을 받고, 중요한 부분은 스크린샷도 따로 찍어두세요. 상대가 차단하거나 대화방을 나가거나 기기를 바꾸면 전부 날아갑니다. 스크린샷은 날짜와 상대 이름이 같이 나오게 찍으시고요.

그다음 은행 앱에서 이체 내역을 뽑습니다. 입금자명과 받는 사람 이름이 나오는 형태로요.

이 두 개만 확보해두면 일단 최악은 피합니다.

지금이라도 증거를 더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핵심인데, 상대가 아직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면 기록을 보강할 수 있습니다.

문자나 카톡으로 이렇게 보내보세요.

지난 3월 15일에 보낸 500만원, 언제까지 갚을 수 있을까? 날짜만 알려줘.

상대가 "다음 달에 줄게"라고 답하면 그 한 줄이 채무 승인입니다. 소멸시효도 거기서 새로 시작되고요.

반대로 "무슨 돈?"이라는 답이 오면, 그건 그것대로 상대가 다툴 생각이라는 신호니까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손해는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받아내는 것도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10만원만 받아도 채무를 인정한 게 되어서 시효가 새로 시작됩니다. 전부는 어려우면 이번 달에 10만원만이라도, 이런 요구가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차용증을 받을 수 있나

받을 수 있습니다. 날짜를 소급해서 써도 되고요.

다만 상대가 순순히 써줄 분위기가 아니면 무리하지 마세요. 차용증을 요구하다가 경계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연락이 끊깁니다.

그럴 땐 지불각서나 각서 쪽이 받아내기 쉽습니다. 언제까지 얼마를 갚겠다만 적는 짧은 문서라 심리적 부담이 덜하거든요. 효력은 차용증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기한까지 갚지 못하면 즉시 강제집행을 당해도 이의 없다"는 문구를 넣고 공증까지 받으면, 나중에 소송 없이 바로 압류로 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 주면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다음 지급명령으로 갑니다.

500만원이면 지급명령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변호사 없이 전자소송으로 직접 할 수 있고, 상대가 2주 안에 이의신청을 안 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단계별 비용과 기간은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아무 일이 없었다면에 정리해뒀습니다.

개인 간 대여금의 소멸시효는 10년이라 길어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 재산이 줄고 연락이 끊기고 증거가 사라집니다. 받을 생각이 있으면 6개월 안에 움직이세요.

다음부터는

100만원이 넘어가면 차용증을 쓰세요.

민망하다는 게 가장 흔한 이유인데, 이렇게 말하면 대체로 넘어갑니다.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나중에 서로 기억이 달라질까 봐.

실제로 분쟁의 상당수는 사기가 아니라 기억의 차이에서 시작됩니다. 금액이 얼마였는지, 언제까지였는지, 이자 얘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종이 한 장이 그걸 막습니다.

들어가야 할 건 당사자 인적사항, 원금(숫자와 한글 둘 다), 이자율, 변제기, 변제방법, 지연손해금입니다. 그리고 주소를 꼭 받아두세요. 나중에 내용증명을 보내려면 주소가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은 작성 시점의 법령과 실무 관행을 기준으로 쓴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금액이 크거나 분쟁이 예상되는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