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노트

납품은 다 했는데 물건 받은 적 없다고 합니다

사례 · 글 형보

실제로 자주 오는 상황을 재구성한 사례입니다. 특정 개인의 사연이 아니며, 등장하는 이름·금액·상호는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입니다.

#거래명세서#미수금#세금계산서#인수확인#대금회수

작은 자재 유통업을 합니다. 거래처 한 곳에 작년부터 납품해 왔어요.

3월에 세 차례 나눠서 들어갔습니다. 3월 12일, 3월 28일, 4월 15일. 합계 1,200만원입니다. 세금계산서는 그때그때 발행했고 결제 조건은 월말 마감 익월 말이었습니다.

5월 말에 들어와야 할 돈이 안 들어왔습니다. 6월 중순에 전화했더니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자재팀 과장님이랑 주고받았는데 그분이 퇴사하셨대요.

새로 오신 분한테 설명을 드렸는데 돌아온 말이 이겁니다.

"그 물건 저희가 받은 기록이 없는데요."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물건은 분명히 들어갔고 그쪽 창고에서 받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가진 건 세금계산서뿐입니다. 거래명세서는 같이 넣어드리긴 했는데 서명을 받아둔 적은 없습니다. 그냥 물건이랑 같이 두고 왔거든요.

오래 거래한 곳이라 설마 했는데 담당자가 바뀌니까 이렇게 되네요. 이거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서류 하나가 없을 뿐이지 다른 증거를 모으면 됩니다.

다만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게 있어요. 세금계산서로는 "받았다"를 증명하지 못합니다. 공급자가 혼자 발행하는 서류라서요. 발행 버튼을 누르면 끝이고 상대방의 동의도 확인도 필요 없습니다. 그게 증명하는 건 "나는 이 거래로 부가세를 신고했다"까지입니다.

인수 확인 서명을 받아둔 거래명세서가 있었다면 이 상황은 5분이면 끝났을 겁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받은 적 없다"는 말은 진짜로 안 받았다기보다 결제를 미루려는 쪽에 가깝습니다. 증거가 모이기 시작하면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
누가 만드나공급자 혼자양쪽
인수 서명란없음있음
증명하는 것세금 신고 사실상대가 받았다는 사실

지금 찾아야 할 것

가장 센 건 배송 기록입니다.

택배 송장 번호와 수령 기록, 화물 운송장과 인수증. 직접 배송하셨다면 차량 운행일지나 하이패스 기록, 주유 영수증, 날짜가 찍힌 납품 현장 사진까지요. 택배나 화물은 수령인 이름이 기록되기 때문에 사실상 인수 확인서 역할을 합니다.

그다음이 발주 기록입니다. 발주서나 구매요청서, "이거 몇 개 보내주세요"라는 메일과 카톡, 견적서에 대한 "진행해주세요" 답변. 주문한 기록이 있으면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약해집니다. 주문한 물건이 안 왔으면 그때 항의했어야 정상이니까요.

납품 후에 오간 대화도 찾아보세요. "지난번 물건 잘 받았습니다" 같은 메시지, 하자나 수량 관련 문의, 추가 주문. 특히 하자 문의가 강력합니다. 안 받은 물건의 하자를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전임 담당자 연락처를 꼭 확보하세요. 담당자가 바뀐 게 쟁점인 사안이라 전임자의 진술이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 퇴사하셨어도 개인 연락처를 알고 계시면 미리 연락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순서

새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세요. 전화만 하면 기록이 안 남습니다.

3월 12일, 3월 28일, 4월 15일 세 차례 납품 건입니다. 발주서(3월 10일자 메일)와 화물 운송장 사본을 첨부합니다. 수령인은 귀사 자재팀 OOO님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확인 후 회신 부탁드립니다.

증거를 붙여서 보내는 게 핵심입니다. 안 받았다는 말이 나온 뒤에 증거를 들이밀면 상대도 더 끌기 어렵습니다.

회신이 없거나 계속 부인하면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배달증명을 꼭 같이 신청하세요. 내용증명은 보냈다만 증명하고 도착했다는 증명하지 않습니다.

그다음이 지급명령입니다. 금액이 명확한 금전채권이면 가장 빠릅니다. 자세한 단계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아무 일이 없었다면에 정리해뒀습니다.

시효를 놓치지 마세요

상거래 물품 대금의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공사대금과 용역대금도 3년이고요.

거래처라서 관계를 생각해 묵혀두다가 시효가 지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시더라도 시효 중단 조치는 해두세요. 내용증명을 보내고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를 하거나, 상대가 일부라도 변제하면 중단됩니다.

다음 거래부터

거래명세서를 같이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수 확인을 받으셔야 합니다.

납품 현장에서 받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받는 분 이름과 서명, 가능하면 소속까지요. 도장이 없어도 됩니다. 서명이나 지장만 있어도 민사소송법상 진정 성립이 추정됩니다.

바빠서 서명을 못 받는 상황이면 최소한 받는 분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방금 OO 몇 개 두고 갑니다"라는 메시지라도 남기세요.

택배나 화물로 보내실 때는 송장 사본을 보관하고 수령 기록을 그때그때 캡처해서 거래처 폴더에 넣어두세요. 택배사 조회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그리고 서류는 세 장이 한 세트입니다. 거래명세서로 받았다는 걸 확인받고, 세금계산서로 세금을 신고하고, 청구서로 계좌와 납기일을 알립니다. 세금계산서에는 계좌번호도 납기일도 안 들어가니까 대금을 요청하려면 청구서를 따로 보내는 게 맞습니다.

거래명세서에 전잔액과 이번 거래, 입금액, 미수금을 이어서 적어두시면 매달 그 숫자가 채권 내역서가 됩니다. 이번처럼 담당자가 바뀌어도 그것만 쭉 보여주면 설명이 끝납니다.

이 글은 작성 시점의 법령과 실무 관행을 기준으로 쓴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금액이 크거나 분쟁이 예상되는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