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노트

11개월 29일 일했는데 그만두라고 합니다

사례 · 글 형보

실제로 자주 오는 상황을 재구성한 사례입니다. 특정 개인의 사연이 아니며, 등장하는 이름·금액·상호는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입니다.

#퇴직금#계속근로기간#1년미만#부당해고#수습

작년 4월 1일에 입사했습니다. 직원 열 명 조금 넘는 회사예요.

지난주 금요일에 팀장님이 부르시더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다음 달부터는 안 나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3월까지만 일하고 정리하자고요. 이유는 더 안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뭘 잘못한 것 같지는 않은데 물어보지는 못했어요.

집에 와서 달력을 봤는데 작년 4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이면 11개월 29일이더라고요. 퇴직금은 1년 이상 일해야 나온다고 들었는데, 딱 하루가 모자랍니다.

솔직히 좀 이상합니다. 하필 왜 지금인가 싶고요. 작년에 들어올 때 3개월 수습이었는데 그건 포함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인사팀에서 사직서 양식을 메일로 보내줬습니다. 다음 주까지 제출해 달라고요. 써야 하나요. 그리고 하루 차이로 퇴직금을 못 받는 게 맞는 건가요.

사직서부터 쓰지 마세요. 이게 제일 급합니다.

회사가 그만둬 달라고 하고 본인이 사직서를 쓰면 자진 퇴사가 됩니다. 그러면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해고예고수당도, 실업급여도 전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날짜를 다시 세어보셔야 합니다. 퇴직일은 마지막 근무일이 아니라 그 다음 날입니다. 3월 31일까지 근무했다면 퇴직일은 4월 1일이고, 작년 4월 1일 입사라면 계속근로기간은 정확히 1년이 됩니다. 이러면 퇴직금 대상이에요.

수습 3개월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퇴직일을 잘못 세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하루를 손해 보고 그냥 포기하는 분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입사일과 마지막 근무일을 정확히 적어놓고 다시 계산해보세요. 퇴직금 계산기에 두 날짜만 넣으면 재직일수가 자동으로 나옵니다.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들

수습기간은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됩니다. 3개월 수습 후 정규 전환이었다면 수습 시작일이 입사일이에요.

인턴으로 일하다 그대로 정직원이 된 경우도 같습니다. 중간에 끊김 없이 같은 일을 계속했다면 하나의 근로관계로 봅니다.

계약서를 여러 번 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3개월짜리를 네 번 썼다고 해서 3개월씩 네 번이 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계속 일했으면 계속근로예요. 계약 사이에 며칠 공백이 있었어도 형식적인 거였다면 이어진 걸로 봅니다. 이걸 노린 쪼개기 계약이 꽤 있는데 법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주 15시간 조건도 하나 있습니다. 4주 평균으로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야 퇴직금 대상입니다.

그래도 1년이 안 된다면

이번에는 해고 쪽을 봐야 합니다. 1년이 되기 직전의 해고는 그 자체로 들여다볼 사유가 되거든요.

직원이 열 명이면 5인 이상 사업장입니다.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고, 퇴직금 주기 싫어서는 정당한 이유가 아닙니다.

부당해고라고 판단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데,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놓치면 끝입니다. 무료이고 변호사 없이도 됩니다.

해고예고수당도 별개로 받을 수 있습니다.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고 해고했다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줘야 하거든요. 금요일에 말하고 다음 달부터 나오지 말라는 건 예고 기간이 한 달이 안 되니 해당될 수 있습니다. 계속근로 3개월 미만이면 적용되지 않는데 11개월이면 해당됩니다.

통보를 기록으로 남기세요

구두로 들으셨으니 지금 문자나 카톡으로 확인해두세요.

금요일에 말씀하신 대로 3월 31일까지 근무하고 그만두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회사 사정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을까요?

상대가 "네"라고 답하면 그게 해고 통보의 증거가 됩니다. 나중에 회사가 "본인이 그만두겠다고 했다"로 말을 바꾸는 걸 막아줍니다.

사직서를 꼭 써야 한다면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세요. 사직서에 "회사의 권고에 따라" 또는 "회사 사정에 의한 권고사직"이라고 명시되어야 합니다.

그냥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합니다"라고 적힌 양식을 그대로 제출하면 자진 퇴사가 됩니다. 실업급여도 못 받습니다.

나가기 전에 챙길 것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나 급여 입금 내역(최근 3개월분은 꼭), 4대보험 가입 내역.

이 중에 4대보험 가입 내역이 계속근로기간을 증명하는 데 가장 확실합니다. 가입일과 상실일이 공적으로 기록되어 있거든요. 국민연금공단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조회하실 수 있습니다.

경력증명서도 미리 받아두시는 게 편합니다. 퇴사 후에도 청구할 수 있지만 사이가 틀어지면 받기가 번거로워집니다.

판단이 애매하면 고용노동부 상담(국번 없이 1350)이나 노무사 무료 상담 창구를 이용해보세요.

이 글은 작성 시점의 법령과 실무 관행을 기준으로 쓴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금액이 크거나 분쟁이 예상되는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